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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성아, 너는 좀비 되기 싫지?”

 

 더 이상 이대로 시간을 버릴 수 없었다. 둘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두 개였다. 이대로 좀비의 밥이 되어서 자신들도 저런 흉측한 놈들이 되느냐, 아니면 일단 엑셀을 밟고 보느냐. 지성은 안전벨트를 더 세게 쥐고서 눈알을 굴리며 창문 밖 좀비들을 보았다. 창문 옆에서 지성을 보며 소리를 내던 좀비들은 지성과 눈이 마주치자 기괴한 소리를 내며 지성이 앉아있는 조수석 창문을 머리로 깨려고 했다. 거의 울 거 같은 표정을 한 지성이 대답했다. 싫어요, 지성은 주어진 두 가지의 선택지 중 후자를 선택했다. 물론 재민도 지성과 같았다. 재민은 그 대답을 듣자마자 지성이 쥐고 있던 안전벨트를 잘 정리해주며 말했다. 

 

  “지성아, 많이 어지러울 거야. 눈 감고 귀 막아.”

 

 지성은 재민 말을 듣고 눈을 감고 귀를 막았다. 재민은 지성이 귀까지 막은 걸 확인한 후,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그리고 핸들을 돌려 후진을 했다가 다시 직진을 밟았다. 덕분에 앞 창문에서 걸리적거리던 좀비들은 떼어냈다. 하지만 차 위에 있던 좀비들은 쾅쾅 거리기 시작했다. 덕분에 차 위가 움푹 파이고 있었다. 달리고 있는 차 덕에 몇 좀비들은 차에서 땅으로 떨어졌다, 차에 머리를 박던 좀비랑 다리가 걸려서 넘어지는 바람에 차 위에 있던 모든 좀비들이 떨어졌다. 

 

 남은 건 트렁크에 누워있던 좀비였다. 도통 앞으로 넘어올 기미가 안 보이는 게 지성과 재민이 차 밖으로 나오는 걸 기다리는 모양이었다. 터널을 나오자 나무 몇 그루가 보였다. 재민은 나무쪽에서 갑자기 멈췄다.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있던 지성은 갑자기 왜 멈추느냐는 듯이 재민을 쳐다봤다. 지성에게 다시 눈을 감으라고 말 하고 좀비가 트렁크에서 내려오길 기다렸다. 좀비가 트렁크에서 내려오자 재민은 다시 전진을 하는 듯싶더니 나무 앞에 있는 좀비 쪽으로 후진을 했다. 좀비가 나무와 차에 끼여서 괴상한 소리를 여러 번 내더니 끝내 잠잠해졌다. 재민이 뒤를 돌아보자 원래 묻어있던 피인지 차와 나무 사이에 끼여서 터진 피인지 모를 피들이 창문에 범벅이었다.

 마지막 좀비가 죽은 걸 확인한 재민은 귀를 막고 있는 지성의 손을 잡아 내렸다. 지성은 눈물을 머금고 있었다. 지성아, 왜 울어.

 

  “형, 우리 이제 진짜 어떻게 해요. 우리 진짜 죽을 거 같아. 우리도 저런 좀비가 되면 어떻게 해요. 형. 형, 나는 진짜.”

 

  “지성아. 숨 쉬어. 괜찮아, 형 여기 있잖아.”

 

 재민은 지성의 손을 여러 번 쓸어내리며 지성을 달랬다. 지성은 그럴수록 더 서럽게 울었다. 형은 여기 있는데, 우리가 안전할 거라는 보장이 없어서. 지성은 그게 너무 불안했다. 언젠가 우리도 저렇게 끔찍한 존재들이 되어버려서 지금의 우리 같이 우리를 도망 다니는 사람들이 생길까 봐. 지성은 두렵고, 불안해했다. 지성은 재민의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

 

  “형, 만약에요. 진짜 만약에... 저한테 저런 일이 생기면, 꼭 형이 나를... 나...”

 

  “지성아,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너한테 저런 일이 생기게 형이 놔두겠어? 형 계속 지성이랑 있잖아.”

 

  “알아요. 그래도 만약에 그런 일이 생기면, 형이 꼭...”

 

 나 죽여야 해요, 재민은 지성의 어깨를 잡고 계속 지성을 쳐다보고 입술을 깨물다가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그럴 일 없을 거야. 그런 일 없도록, 형이 그럴 일 없도록 할 거야. 재민은 지성을 안았다. 재민의 품 안에서 훌쩍훌쩍 거리던 지성은 시간이 조금 지나자 벅차오르는 숨을 고르게 쉬기 시작했다. 재민은 지성을 안고 지성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지성의 이마에 짧게 뽀뽀를 했다. 이 상황이 집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지성은 분명 웃으면서 아 뭐야아, 라고 했을 텐데. 둘에게 오는 상황들이 모두 별로였다.

 

 나무쪽으로 좀비를 트렁크로 박아버린 탓에 트렁크가 찌그러지고 어딘가에서 연기가 나고 있었다. 어쩐지 더 이상 차를 타고는 갈 수 없을 거 같았다. 휴지로 눈물을 닦고 있던 지성을 바라봤다. 재민은 그러다가 작은 목소리로 지성이를 불렀다. ... 지성아, 네?

 

  “우리 여기서부터는 걸어가야 할 거 같은데.”

 

  “아.”

 

  “걸어갈 수 있겠어? 형이 계속 옆에 있을게.”

 

 지성은 고민에 잠겼다. 지금 이 차를 나가면 자신들을 보호해주던 하나의 방어벽을 버리는 셈이다. 그렇다고 움직이지도 못 하는 차 안에 있으면 터널에서 나오는 좀비들에게 바로 들킬 것이다. 어쩔 수 없었다, 차 밖으로 나가야만 했다. 지성은 입술을 꽉 물었다. 지성은 자신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보고 있는 재민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재민은 웃을 상황이 아닌 걸 알면서도 지성을 보고 작게나마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곧바로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지금 둘이 가지고 있는 물건은 배터리가 20% 남은 각자의 휴대폰과 물 두 병 뿐이었다. 트렁크에 물건이 더 있을까 싶었다.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죽은 좀비가 트렁크 바로 앞에 죽어있었다. 죽었다고 해도 좀비는 죽은 게 진짜 죽은 게 아니라 다시 살아날 것만 같았다. 그렇다고 확인을 안 하기엔 두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게 없었다. 재민은 뒷자리에 있던 야구방망이를 들고 차 문을 열려고 했다. 지성은 재민의 손을 잡고 어디 가냐고 했다. 형 트렁크 다녀올게, 재민은 웃긴 상황도 아닌데 지성에게 그렇게 웃으면서 말했다. 지성은 위험하다고 가지 말라고 했다. 재민은 어차피 우리 이따가 차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지금 안 나가서 뭐 하냐고 했다. 지성은 아, 진짜... 라면서 고민하더니 그럼 조심히 다녀오라고 했다. 재민은 지성의 볼을 감싸며 형 다녀올게, 라고 말 하고 차 문을 열었다.

 

 재민은 차 밖으로 나와서 조심히 차 문을 닫았다. 조금의 소리도 내면 안 됐다. 좀비는 소리에 반응하니까. 찌그러진 트렁크 쪽으로 가자 나무 앞에 쓰러져있는 좀비가 있었다. 아까 차로 박을 때 배를 박았는지 배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 재민은 조심히 트렁크 앞에 섰다. 지성은 재민을 불안한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재민은 지성을 보고 걱정하지 말라는 듯 웃음을 짓고 조용히 트렁크를 열었다. 트렁크에는 작은 검은색 가방 두 개와 중간 크기의 캐리어 하나가 있었다. 재민은 차 뒤 좌석 문을 열고 캐리어를 집어넣었다. 가방 두 개도 차 안에 넣고, 본인도 뒤 좌석에 타고 차 문을 닫았다. 지성에게 가방을 하나 주었다. 뭔지 알아서 준 거라기보다는 그냥 같은 검은 색 가방이 두 개여서 하나 준 거였다. 

 

 지성이 받은 가방에는 초콜릿과 손수건, 양말, 수첩과 볼펜이 들어있었다. 재민이 가지고 있던 가방에는 사탕과 이어폰, 립밤, 손수건이 들어있었다. 지성은 초콜릿 유통기한을 확인 했다. 아직 5달이나 더 남은, 봉지 안에 여러 맛이 있는 초콜릿이었다. 유통기한을 확인하는 지성을 보고 재민은 초콜릿 하나 먹으라고 했다. 이 상황에서 초콜릿을 어떻게 먹냐던 지성은 봉지 안에서 화이트 초콜릿을 꺼내서 포장을 까고 입에 넣었다. 그리고 살살 녹여먹었다. 재민은 또 다시 이 상황이 평화로운 자기 집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초콜릿도 귀엽게 먹는다고 소리 지르며 뽀뽀를 또 했을 텐데. 캐리어에는 여러 옷들이 있었다. 아무래도 어딘가에 여행을 갈 예정이거나 이미 다녀온 두 사람의 짐인 듯 했다. 회색 후드, 청바지 등 검은색 모자랑 신발도 있었다. 캐리어를 들고 다니면 좋겠지만 그러긴 어려웠다. 검은 가방 들고 다니기도 어려운데 캐리어는 엄두도 못 냈다. 대충 신발과 양말을 갈아 신었다. 모자는 안 썼다, 모자를 쓰면 앞이 안 보일 것 같다는 지성의 생각 때문이었다. 

 

 슬슬 나가야 했다. 재민은 자기 검은 가방에 있던 것들을 모두 지성의 가방으로 옮겨 담고 자기 가방에 회색 후드를 우겨넣었다, 예쁘게 안 넣어지는 걸 알면서도 우겨넣은 탓에 후드가 전부 구겨졌다. 지성은 곧 차 안에서 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초조해져서 손톱을 깨물었다. 가방에 후드를 우겨넣던 재민은 지성이 손톱을 깨무는 걸 보고 바로 지성의 손을 잡았다. 정신없이 손톱을 깨물던 지성은 갑자기 잡힌 손에 놀라서 움찔하면서 재민을 쳐다봤다. 

 

  “손톱 깨물면 안 돼.”

 

  “... 후드는 왜 챙겨요.”

 

  “응? 아, 나중에 지성이 추울 거 같아서.”

 

  “뭐 하러 그래요, 무거운데...”

 

 그래도 지성이 감기 걸리면 안 되니까, 재민은 이 상황에서 다정하게 웃었다. 지성은 이 상황이 서글펐다. 형이 언제까지 나에게 이렇게 웃을 수 있을까. 내가 형이 웃는 걸 못 알아보면 어쩌지, 아니면 형이 내가 웃는 걸 못 알아보면? 지성은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재민의 손을 감싸 잡았다. 지성은 다시 울 거 같은 표정이었다. 재민은 차라리 이게 꿈이길 바랐다. 예전에 절대 울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던 거 같은데 지성은 두려움에 울었다. 다행히 재민 때문에 우는 건 아니라는 것을 위안으로 삼았다. 재민은 지성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지성아, 이제 가야할 거 같은데.”

 

 지성은 재민의 말을 듣고 길게 호흡을 하며 고민에 잠기다가 재민을 향해 웃었다. 가자는 의미였다. 재민은 마지막으로 지성 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걱정 안 해도 돼, 형이 계속 옆에 있을게, 지성은 재민의 그 말을 마지막 희망으로 부여잡았다. 재민의 희망은 박지성, 하나였다. 

 

-

 

 재민은 먼저 나가서 지성이 타고 있는 조수석 문을 열어줬다. 한 손에는 검은 가방을 들고 한 손으로는 재민의 손을 잡고 내렸다. 차 문을 조용히 닫았다. 나무가 많고 주위에 건물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조금 걸어가야 보일 듯 했다. 어디에서 좀비가 나올지 몰라서 모든 것을 경계하고 다녀야 했다. 사실 이건 건물이 보여도 마찬가지였다. 지성은 막상 차 밖으로 나오니 겁이 나는지 재민의 손을 꽉 잡았다. 재민은 지성을 보고 눈은 웃지 않고 입으로만 웃으면서 가자고 말했다. 재민은 지성이 먼저 발걸음을 뗄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자신이 먼저 움직이면 지성은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키지 못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지성이 늦게 움직이지 않았다. 재민이 가자고 말하자 한 번 크게 숨을 쉬더니 바로 땅에서 발을 뗐다. 재민도 그때서야 걷기 시작했다. 여전히 손은 꼭 잡고 있었다. 

 

 나무가 많아서 풀냄새가 많이 났다. 긴 고속도로를 걷고 있었다. 어느새 지성은 재민의 손을 잡고 팔짱까지 끼고 있었다. 거의 재민에게 붙은 수준이었다. 지금 두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건물이 보일 때까지 걷는 것뿐이었다. 멈춰도 어디에 있을 곳이 없었다. 지성은 바람이 부는 소리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비명을 지를 뻔 했는데 어딘가에 있던 좀비가 듣고 달려올 거 같아서 입을 막았다. 재민은 그럴 때마다 괜찮다는 미소를 보였다. 그러다가 지성은 긴 침묵을 깨고 조용히 말했다.

 

  “형 죄송해요. 괜히 형 짐만 되는 거 같아서.”

 

  “그게 무슨 소리야. 지성아, 자꾸 형 속상하게 하는 말 할 거야?”

 

 재민이 순간 버럭 했다. 지성에게 화가 난 게 아니라 지성을 이런 말을 할 수 밖에 없게 만든 상황에게 화가 난 거였다. 지성은 자신에게 발끈한 재민을 보고 당황했다. 아, 그. 저, 그게 아니라. 죄송해요, 지성의 사과를 들은 재민은 아차 했다. 무엇보다 불안할 사람이 지성인데. 그걸 알면서도 발끈했다. 화낸 거 아니야, 지성아. 미안해.

 

  “근데, 지성아. 넌 정말 형 짐 아니야. 형은 너 없었으면 울고 있을 걸?”

 

 재민은 지성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제발 그런 말 하지 말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지성은 그런 재민의 마음을 아는 거처럼 재민이 세게 잡은 곳을 그냥 두었다. 오히려 그런 게 좋았다. 절대 놓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이 손을 놓으면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던 지성이니까. 

 

-

 

  “형... 어떻게 해요?”

 

 재민과 지성에게 생겨서는 안 될 상황은 최소 세 가지였다. 첫째, 아무리 놀라거나 무섭거나 그 외에 모든 상황에서도 소리를 지르면 안 된다. 둘째, 빛에 예민한 좀비들 때문에 어두운 곳에서도 빛나는 것을 사용하면 안 된다. 셋째, 터널이 보이면 안 된다. 차를 타고 터널을 지났을 때도 좀비를 떼어내기 어려웠는데 맨몸으로는 어림도 없다. 그런데 그들에게는 생겨서는 안 될 상황 세 번째가 일어났다. 계속 걷다보니 다리도 아프고 힘이 빠질 때, 하필 터널이 또 나온 것이다. 터널이 보이자마자 재민과 지성은 터널에서 조금 멀리에 서있는 차 뒤에 숨었다. 저 안에는 당연히 좀비들이 많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검은 가방을 잠깐 내려놓고 다리도 쉴 겸 차 뒤에 그냥 앉았다. 문제는 오래 앉아있을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좀비가 어디에 있을지 모르니 가만히 있다가는 어딘가에서 그들을 본 좀비들이 그들을 향해 달려들 것이었기 때문이다. 차에 기대어서 재민은 생각에 빠졌다. 둘이 맨몸으로 들어가면 살아서 터널을 나갈 가능성이 턱없이 적었다. 둘에게 있는 무기는 야구 방망이가 끝이었다. 저 터널 안에 좀비가 최대 둘이면 살 수 있겠지, 근데 설마 그렇게 적을 리가 없었다. 적어도 열 명 정도는 있을 것인데 그것들을 어떻게 뚫고 갈지가 문제였다. 

 재민은 그렇게 심각한 고민을 하다가 지성을 쳐다봤다. 진심으로 불안한 표정이었다. 몸에 수분이 부족한지 목이 메이는 목소리로 재민을 여러 번 불렀고, 입술이 건조했다. 아까 트렁크에서 물이 없었던 것이 원망스러웠다. 대신 아까 찾았던 립밤을 꺼냈다. 누군가가 쓴 흔적은 없지만 혹시 몰라서 자기 손가락으로 여러 번 녹여서 지성의 입술로 손을 가져갔다. 지성은 움찔하더니 그냥 재민의 손길을 받아냈다. 지성은 소리 안 나게 여러 번 음파파 거렸다. 지성이 더욱 걱정할까 싶어서 괜히 지성을 보고 더 웃었다. 그리고 전혀 웃음이 나지 않는 이야기를 했다. 재민 스스로 이런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음에 본인이 미웠다.

 

  “지성아, 우리 터널로 들어가야 하는데... 어쩌지?”

 

  “... ... 가야죠.”

 

  “응, 가야지. 지성아, 그러니까 형 뒤에 꼭 숨어있,”

 

  “형이 제 뒤에 있으면 안 돼요?”

 

 응? 계속 웃으며 말하던 재민은 지성의 말에 놀란 듯 표정이 바뀌었다. 지성은 아까 바른 립밤이 아깝게 입술을 물었다. 그러나 말을 고칠 생각이 없어 보이는 것이 정말 진심으로 자신이 앞장서고 싶어 하는 듯 했다. 재민은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이 위험한 상황에서 지성이가 내 앞에? 차라리 자신만 저 터널에 들어가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괜히 안 된다고는 말 못 하고 잡고 있던 지성의 손을 자신의 두 손으로 감싸고 지성이의 이름을 불렀다. 이렇게 하면 지성이가 자신의 뜻을 알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지성아,

 

  “제가 앞장설게요.”

 

 그런데 이번 지성이는 좀 달랐다. 재민이 항상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자신만 보호를 받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지성은 항상 재민을 이기지 못했지만, 재민은 지성에게 항상 졌다. 재민은 지성의 단호한 말을 꺾을 수 없었다. 지성은 다시 한 번 더 말했다. 제가 앞에 설 거예요,

 

  “지성아, 그러다가 큰일 나면 어쩌려고.”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앞에 설래요.”

 

 지성은 고집이 세지 않았다. 그런 지성이 이렇게 강하게 자신의 입장을 얘기할 때에는 재민도 지성의 말을 들어주고는 했다. 하지만 그건 위험하지 않은 일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재민은 절대 안 된다고 하고 싶었다. 그러나 재민은 지성에게 항상 지는 사람이었다. 위험한 상황이 오면 자신이 지성의 앞으로 달려가면 되는 것이었다. 재민은 끄덕이면서 대신 앞에 잘 보고 위험하면 꼭 형한테 오라고 했다. 지성은 알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성은 위험한 일이 생기면 재민에게 갈 정신이 없는 걸 재민은 알고 있었다. 재민이 빨리 달려가야 했다.

 

 지성은 재민의 손을 잡고 일어나서 가방을 들었다. 재민도 가방을 들고 야구 방망이를 들자 지성이 재민 앞에 섰다. 그리고 터널로 천천히 걸어갔다. 여전히 손은 잡고 있었다. 

 

-

 

 지성이 먼저 어두운 터널에 발을 들였다. 어디선가 걸걸대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역시 좀비가 있는 듯하였다. 지성은 침을 꿀꺽 삼키고 천천히 터널을 들어갔다. 재민도 터널에 들어가서 좀비가 있는 걸 알게 되었다. 터널에는 여러 차들이 정차 되어 있었다. 겉에는 피가 묻기도 했고 창문이 깨진 차도 몇 대 있었다. 최대한 그 차들 뒤에 숨는 방식으로 했다. 들어왔던 터널 입구와 가장 가까운 위치에 검은색 차 뒤에 숨어서 걸걸대는 좀비가 몇이나 되는지 어림잡았다. 적어도 다섯, 많으면 열이었다. 그냥 사람이면 신경 안 쓸 것이지만 이성을 잃고 달려드는 좀비가 열이나 된다는 것은 꽤나 큰일이었다. 걸걸대는 좀비가 정차 되어 있는 차에 가려져서 몇이 더 있는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재민은 고개를 들어 눈앞에 보이는 좀비만 몇이나 되는지 보았다. 차와 차 사이에 왔다갔다 거리는 좀비만 다섯이었다. 머리가 긴 검은 머리, 머리가 노란 짧은 머리, 파란색 티셔츠를 입고 있거나 체크셔츠를 입고 있는 좀비도 있고, 머리에 피가 난 좀비도 있었다. 아마 저 뒤에는 더 있을 수도 있다. 재민은 다시 검은색 차 뒤에 숨어서 어떻게 할지를 고민했다. 이대로 직진할 수 없었다. 고민을 하던 재민의 어깨를 툭툭 친 지성은 자신들이 들어왔던 터널을 가리켰다. 왜? 라고 묻던 재민도 터널을 보고 인상을 썼다. 한 자동차가 소리 없이 터널과 조금 멀리에서 오다가 멈췄기 때문이다. 하얀색 자동차였던 거 같은데 빨간 손자국들 때문에 깨끗함은 잊은 지 오래였다. 지성은 우리가 차타고 뚫었던 그 터널에 있던 좀비들은 어떻게 되었는데 여기까지 차를 타고 온 거냐고 했다. 소리도 안 나고 백라이트도 켜지 않고서 여기까지 왔다고 해도 움직이는 차를 보고 가만히 있을 좀비들이 아니었다. 그런 궁금증에 빠졌을 때 차에서 두 명이 내렸다. 두 사람은 손에 총을 들고 있었다. 총을 들고 주위를 살피고 자기들끼리 너는 저기로 가라 나는 여기로 갈게라는 듯 하는 손짓을 하는 것으로 보아 좀비가 아니라 사람이었다. 그러나 자리에서 일어나지는 못했다. 저 사람들이 우리 편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두 명 중 한 명이 재민과 지성이 반대편으로 갔고 나머지 한 명, 갈색 머리는 재민과 지성이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갈색 머리는 검은색 차 쪽으로 걸어가다가 검은색 차 아래에 앉아있는 재민과 지성을 보고 다급하게 총을 세웠다. 갈색 머리의 다급한 행동에 반대편에 있던 사람도 재민과 지성을 보고 총을 겨눴다. 지성은 총을 보자마자 놀라서 재민의 팔을 잡았다. 재민은 조용히 자기들은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자 갈색 머리는 갸우뚱 하더니 재민에게 형... 이라고 하는 지성을 보고 반대편 사람에게 좀비가 아니라는 신호를 보내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반대편 사람도 총을 내렸다. 갈색 머리는 재민과 지성 앞에 한 쪽 무릎을 꿇고 앉아서 그들에게 물었다.

 

  “어디서 오셨어요?”

 

 재민은 서월에서 왔다고 했다. 갈색 머리는 크게 놀랐다가 조용히 서월? 이라고 되물었고, 반대편 사람에게 입모양으로 여러 번 서월이라고 말했다. 반대편 사람도 놀라서 서월? 이라고 되물으며 재민과 지성을 쳐다봤다. 이 사람들도 아마 서월 지역 생존자가 0명이라는 라디오를 들은 모양이다. 죽은 사람이 됐다던 재민의 말이 생각났다. 이 사람들에게는 재민과 지성이 아무도 살지 못했다는 지역에서 나타난 정체 모를 사람들이었다. 재민은 그쪽들은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저희는 저 터널 넘으면 있는 지역에서 왔어요. 근데 왜 여기서 이러고 계세요?”

 

  “저기 멀리에 좀비가...”

 

 지성이는 그렇게 말하면서 저 멀리 걸걸대고 있는 좀비들을 가리켰다. 갈색 머리는 몸을 조금 일으켜서 좀비를 확인하고 다시 무릎을 꿇었다. 반대편 사람도 좀비를 본 듯 했다. 갈색 머리는 반대편 사람에게 재민과 지성을 가리키고 차를 가리켰다. 대충 재민과 지성을 차에 태우자는 뜻이었다. 반대편 사람은 입모양으로 “자리가 있어?”라고 갈색 머리에게 물었다. 갈색 머리는 대충 몸짓으로 ‘총을 한쪽으로 모으면 있다.’ 라고 했다. 그러자 반대편 사람은 이해하는 듯 고개를 여러 번 끄덕이다가 손으로 오케이 모양을 보이고 조심히 자신들이 타고 온 차로 다가갔다. 그러자 운전석에 있던 사람이 창문을 내려 고개를 드러냈다. 반대편 사람은 운전석 사람에게 귓속말로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줬다. 역시 서월에서 왔다는 것을 들었는지 놀라는 눈치였다. 총을 한쪽으로 모으고 저 사람들을 태우자는 이야기를 들은 운전석 사람은 다시 고개를 차 안으로 들어가서 뒤 자석을 살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반대편 사람도 갈색 머리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갈색 머리는 천천히 일어나라고 했다. 재민은 일어나서 지성이 일어날 수 있게 손을 잡아줬다. 

 

 소리가 안 나게 조용히 차로 가야했다. 조금의 소리나 빛을 내면 터널에 있는 좀비가 달려들게 뻔했다. 재민은 등 뒤에 좀비가 있는 걸 걱정하면서 지성을 먼저 보내고 자신은 지성 뒤에 섰다. 갈색 머리는 그런 재민 뒤에 서서 혹시나 올지 모르는 좀비를 향해 총을 겨누면서 걸었다. 갈색 머리와 함께 차에서 내렸던 사람은 지성이 차 앞까지 오자 들어가라고 차 문을 열어주었다. 지성은 그 사람에게 고개를 까딱하며 인사를 한 후 차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운전석에 타고 있는 금발 머리가 뒤 좌석에 탄 지성을 보려고 뒤를 돌아봤다.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금발 머리가 부담스러워서 자신의 옆에 쌓여있는 총들만 쳐다보다가 끝내 금발 머리에게 안녕하세요, 라고 했다. 금발 머리는 갑작스러운 지성의 인사에 어이가 없는지 코웃음을 쳤다. 갈색 머리도 지성의 인사가 웃긴지 조용히 야, 와중에 인사를 하네... 라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갈색 머리는 지성에게 물었다.

 

  “이름이 뭐예요?”

 

  “박지성이요. 그, 저랑 같이 있는 형은 나재민이고요.”

 

 갈색 머리는 그들의 이름을 듣고 무전기로 누군가에게 무전을 보냈다. 지성 다음으로 차에 탄 재민은 두리번거리던 지성에게 왜 그러냐고, 많이 무섭냐고 물었다. 지성은 그게 아니라 낯설어서 그런다고 했다. 재민은 그럴 수 있다는 듯이 다시 조용해졌다. 갈색 머리는 무전을 마친 듯 다시 재민과 지성이 탄 차로 다가왔다.

 금발 머리가 갈색 머리에게 이 사람들은 우리 이름을 아느냐고 물었다. 갈색 머리는 뻔뻔한 표정으로 모르지, 라고 했다. 이 상황에서 저 세 사람들만 여유로웠다. 당장 눈앞에 있는 터널 안에 좀비가 있는데 무섭지도 않은지 조용한 목소리로 농담을 주고받는다. 갈색 머리는 자신, 자신과 함께 총을 들고 차 밖으로 나온 사람 그리고 운전석 금발 머리를 차례대로 가리키며 동혁, 인준, 제노라고 소개했다. 나이는 재민과 동갑이었다. 이 지역 사람은 아니고 정보 요원이라고 했다. 정부에서 명령을 받아 이 지역에 상황을 보고 해야 해서 이 지역을 돌고 있다고 했다. 농담을 던지는 성격에 비해 굉장히 대단한 사람들이었다.

 

  “그럼 저희는 어디로 가요?”

 

  “생존자들이 모여 있는 센터에 데려다줄게. 자, 이거.”

 

 제노는 그렇게 말하며 조수석에 있던 두 사람에게 물을 건넸다. 재민은 물을 보자마자 받아서 지성에게 목 말라하지 않았냐며 마시라고 뚜껑을 까줬다. 지성은 재민에게 형은 안 마시느냐고 묻자 재민은 언제나 그렇듯 지성이 마시고 나면 형 마실게, 라고 했다. 지성은 안 그래도 목에서 불이 타는 거 같았다. 인준은 물 많으니까 그거 하나 네가 다 먹어도 재민이 마실 물은 충분하다고 했다. 지성이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있는 걸 보고 재민은 그나마 안심했다. 동혁은 갑자기 재민에게 야, 라고 했다. 재민은 처음에 자신을 부르는 것인 줄 모르고 지성이 물 마시는 것만 계속 쳐다봤다. 동혁은 재민의 어깨를 툭툭 치며 야, 너 손에 뭐야? 라고 물었다. 재민과 지성은 바로 재민의 소매를 보았다. 자신들이 타고 있던 차에 트렁크를 확인하려고 했을 때 좀비를 들이박은 트렁크를 열어서 손에 피가 묻었었다. 물이 없어서 손을 닦지도 못했던 것이다. 재민은 그 상황을 전부 설명해주었다. 그러자 제노는 물티슈를 찾아줬다. 동혁은 순간 좀비에게 손을 물린 줄 알았다고 했다. 지성은 물을 마시다가 자신의 손을 쳐다봤다. 계속 재민의 손을 잡고 있어서 지성의 손에도 피가 조금 묻었다. 재민은 지성의 손을 보고 자신의 손을 닦다가 새 물티슈를 꺼내서 지성의 손 먼저 닦아주었다. 

 

-

 

 터널 안에 좀비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동혁과 인준 두 사람은 총 쏘는 것은 쉽지만 저 터널 안에 좀비가 너무 많은 것을 걱정하였다. 심지어 이들이 타고 있는 차가 터널을 넘어야 하는데 터널 안에는 정차 되어있는 차가 너무 많았다. 제노는 정차 되어있는 차는 자신들이 타고 있는 차로 밀어버리면 된다고 했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소리가 나서 문제였다. 날이 저물어서 터널 안이 어두운 탓에 백라이트도 켜야 했다. 동혁은 다시 한 번 더 무전으로 상황을 설명했다. 동혁은 무전을 받고 살짝 열이 받은 듯 머리를 쓸어 넘기며 차로 다가와 말했다. 

 

  “지금 다른 지역에 사태가 더 심각해서 여기로 지원군을 못 보내준다는데.”

 

  “둘이서 좀비들 총 쏘고 터널을 빠져나왔다는 이야기가 있냐.”

 

  “제노는 운전 때문에 못 도와주고, 저 둘한테는 도와달라고 할 수 없잖아.”

 

 동혁과 인준의 말을 듣고 있던 재민은 지성 옆 자리에 모아져있는 총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내가 갈게, 재민의 말에 모두 재민을 쳐다봤다. 지성은 너무 놀라서 크게 네? 라고 했다. 동혁은 조용히 하라고 했다. 지성은 아차 하다가 다시 재민에게 조용히 말했다.

 

  “형, 절대 안 돼요. 위험하면 어쩌려고요.”

 

  “지성아, 그럼 계속 여기 있을 수 없잖아.”

 

  “진짜 싫어요, 안 돼요. 그럼 저도 갈래요.”

 

  “지성아.”

 

 지성은 재민이 총이라도 맞은 거처럼 울먹였다. 우리가 왜 아까 차 뒤로 숨었는데. 위험해서, 무서워서 숨은 건데. 재민은 지성의 손을 잡았다. 제노는 운전석에서 조용히 나왔다. 눈치가 빨랐다. 그리고 차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재민과 지성을 기다렸다. 재민은 제노가 차 밖으로 나간 것을 보고 지성에게 다시 한 번 말했다.

 

  “지성아, 형 안 다치고 올게.”

 

  “그게 형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싫어요. 저랑 있어요, 형.”

 

  “지성아.”

 

 지금 누구보다 너랑 있고 싶은 사람이 나야, 재민은 지성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그랬다. 지성은 그 말에 눈물이 핑 돌았다. 그렇지만 나랑 있고 싶으면서 왜 위험한 상황에 뛰어드느냐고 할 수도 없었다. 재민이 왜 좀비들에게 덤비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기 때문이었다. 지성은 마지막으로 간절함을 담아 재민의 손을 꽉 잡고 결국 눈물을 흘렸다. 지성아, 재민은 지성이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지성의 얼굴을 감싸고 눈물을 살살 닦아줬다. 지성은 한 손으로 눈물을 닦으며 재민에게 말했다.

 

  “가지 마요, 형. 나랑 있어요. 형 진짜, 형 잘못 되면 전 혼자 어떻게 해요. 형이 없어지면 여기서 나 혼자 어떻게 이겨내요.”

 

  “지성아, 형 눈 봐. 약속할게. 아무 곳도 안 다치고 올게. 형 약속한 건 꼭 지키는 거 알잖아. 형도 너 없으면 못 이겨내, 그래서 가는 거야. 형이 꼭 다시 지성이한테 올게. 지성이가 형이 안 와서 불안해하기 전에 달려올게. 그러니까,”

 

 제발 울지 마, 지성아. 

 

 

 그리고 재민이 총을 하나 들고 차 밖으로 나왔다.

 

 일단 동혁과 인준 그리고 재민이 터널 안으로 들어가서 좀비들을 어느 정도 제압한 후에 제노가 운전해서 터널을 빠져나기로 했다. 동혁과 인준은 재민에게 안전 장비와 헬맷 등을 주었다. 헬맷을 쓰기 전, 차 안에서 울먹이며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는 지성을 보고 걱정 말라고 한 번 웃었다. 그리고 입모양으로 “울지 마.” 라고 하자 지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혁은 터널 안에 들어가면 절대 소리를 내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대충 재민도 알고 있었다. 손에 길이가 긴 총을 들고 허리에 작은 총 하나를 더 가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행동이 서툴 재민을 뒤에 세우고 동혁과 인준이 앞장서기로 했다. 무전기로 제노와 무전할 수 있게 연결하고 제노와 지성이 타고 있는 차에 터널 안으로 들어간다는 몸짓을 보이고 바로 터널 안으로 들어갔다. 앞좌석까지 얼굴을 내밀고 재민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보는 지성을 보고 제노는 지성에게 무전기를 쥐어줬다. 

  “이거 네가 가지고 있어.”

 

  “네? 아니에요. 제가 가지고 있어도 도움 안 되잖아요.”

 

  “네가 가지고 있어도 무전은 들려.”

 

 지성은 무전기를 두 손으로 소중하게 쥐고 있었다.

 

-

 

 시간이 얼마 없었다. 날이 저물면 좀비들을 상대하기 더 어려워지고 생존자들이 있는 센터는 밤에 문을 막는다고 했다. 사람들이 잠든 밤에 좀비가 들어올까 싶어서였다. 최대한 조심히, 소리 안 나게 그리고 빠르게 터널을 빠져나가야만 했다. 터널의 출구와 더 가까이 가니, 재민과 지성이 입구에서 본 좀비들보다 많은 좀비들이 걸걸대고 있었다. 먹잇감이 있는 걸 알면 바로 달려들 것이었다. 인준은 가까이 있는 좀비들이 몇이나 되는지 알아야 한다고 사람이 없는 갈색 차 유리에 돌을 던지자 유리 깨지는 소리와 함께 좀비들이 몰려갔다. 가까이 있는 좀비만 열이었다. 동혁은 좀비들이 유리 깨진 소리에 몰린 틈을 타서 한 걸음 더 옮겨서 회색 차 뒤에 숨었다. 그리고 인준도 재민에게 따라오라고 말하며 함께 한 걸음을 옮겨 숨었다. 더 이상 터널 입구에서 셋이 보이지 않았다. 동혁이 고개를 내밀어 앞을 보자 출구와 꽤 가까워졌다. 그런데 하필 출구 앞에 있는 좀비도 열이나 되었다. 터널 안 좀비가 총 스물이나 되었다. 세 명이 제압하기 턱없이 부족했다. 

 

 셋은 가장 좋은 방법을 빠르게 생각해야했다. 그러다 재민은 갑자기 무엇이 생각나는 듯 했다. 그리고 자신의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을 꺼냈다. 배터리가 20% 남았다. 휴대폰 밝기를 가장 어둡게 한 재민은 갤러리에서 아무 동영상이나 찾았다. 가장 최근에 찍은 동영상은 지성이 노래방에서 노래 부른 영상이었다. 휴대폰 볼륨을 최상으로 올렸다. 소리에 예민한 좀비의 특징을 이용해서 좀비를 한 곳에 모이게 할 생각이었다. 재민은 동혁과 인준에게 이 생각에 대해 얘기해줬고 동혁과 인준은 이 말고 방법이 없다며 생각에 동의했다. 출구에서 가장 가까운 나무쪽으로 휴대폰을 던지고 좀비들이 소리에 반응하는 틈을 타서 차를 타고 빠져나가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인준이 깨트린 유리에 아무런 먹잇감도 없자 좀비들은 제노와 지성이 타고 있는 차가 있는 터널의 입구로 나가기 시작했다. 제노는 예상치 못한 좀비들의 덜컹덜컹 거리는 차에 시동을 꺼야했다. 지성은 겁에 질렸다. 그리고 무전기가 재민이라도 되는 거처럼 무전기를 꽉 쥐었다. 제노는 지성에게 앞을 보지 말라고 했다. 지성은 그게 마음대로 되냐는 생각을 하며 자신의 발만 바라봤다. 터널의 입구로 나가는 좀비들을 본 재민은 본능적으로 지성의 이름을 부르며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그걸 막은 사람은 인준이었다.

 

  “가만히 있어야 돼. 너도 위험해져.”

 

 재민은 그게 무슨 상관인가 싶었다. 그게 무슨 상관이지, 지성이가 위험한데. 재민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자신의 팔을 잡고 있는 인준의 팔을 뿌리치고 재민은 출구와 가장 가까운 차 앞에 숨었다. 야, 야. 미친놈아! 인준이 재민을 향해 조용히 외쳤지만 재민은 멈추지 않았다.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쉬었다가를 여러 번 하더니 재민은 소리를 최상으로 올린 영상을 재생 시켜 터널의 출구로 던졌다. 노래방 전주 소리가 나자 출구와 가깝던 좀비들 그리고 입구로 나가려고 하던 좀비들까지 그 소리를 듣고 출구로 달려갔다. 동혁과 인준 그리고 재민을 지나 모든 좀비들이 출구로 나가서 소리가 나는 쪽으로 몰려들었다. 제노는 빠르게 시동을 다시 걸고 바로 직진으로 달렸다. 터널 안에 정차 되어있는 차들을 몇 번 치니 출구에서 휴대폰 소리에 몰려있던 좀비 중 일부가 그 소리를 듣고 차 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봤다.

 동혁과 인준, 재민은 차로 달려가서 곧바로 차를 탔다. 좀비들은 제노가 운전하는 차를 향해 달렸고 제노는 속도를 높여서 출구를 향해 달렸다. 인준은 조수석에 타서 총으로 제노 쪽으로 가려고 하는 좀비들을 쐈고, 제노 바로 뒤 좌석 창문에 매달린 좀비는 뒤 좌석에 탄 동혁이 쐈다. 동혁과 함께 뒤 좌석에 탄 재민은 동혁의 반대편 창문에 매달리는 좀비를 향해 총을 쏘고, 뒤 좌석 가운데에 탄 지성은 재민의 허리춤을 잡고 있었다. 재민이 총을 쏘고 있는 쪽에 좀비들이 몰렸다. 한 좀비가 재민의 총을 잡고 총을 쏘지 못하게 하고 재민의 팔을 잡아당겼다. 재민이 필사적으로 좀비를 떼어내려 했고 지성이 크게 형! 이라고 소리치자 재민 앞 조수석에서 제노를 향하는 좀비들을 쏘던 인준이 뒤를 돌아 재민의 총을 잡고 있는 좀비의 머리에 총을 쐈다.

 

 빠르게 달린 탓에 차 소리가 크게 나서 좀비들의 관심을 끌었다. 안 그래도 정차 되어 있는 차를 박아서 몇 번을 멈춰야 하는데 차 소리에 출구에 있던 좀비들이 제노의 차로 몰려들어, 앞으로 직진하는 제노의 차를 몸으로 막았다. 점점 차가 느려지는 게 느껴졌다. 무언가 또 좀비들의 관심을 돌릴 것이 필요했다. 인준은 총을 쏘며 휴대폰 같은 거 없느냐, 있으면 노래 좀 틀어서 밖으로 던지라고 했다. 지성은 자신의 휴대폰을 주머니에서 꺼내들고 고민에 빠졌다. 재민은 지성이 무엇을 고민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때 인준이 지성에게 외쳤다.

 

  “야, 너 폰 있으면 소리 키워서 밖으로 던져!”

 

 인준의 말을 들은 지성은 휴대폰을 켜서 볼륨을 최상으로 올렸다. 지성은 계속 고민하다가 결국 노래를 틀고 동혁에게 받으라고 건넸다. 동혁은 받아서 창문에 매달린 마지막 좀비의 머리에 총을 쏘고 바로 밖으로 지성의 폰을 던졌다. 노래 소리에 좀비들은 지성의 휴대폰이 있는 곳으로 몰려들었다. 인준은 차 앞에 있는 마지막 좀비에게 총을 쏘고 숨을 돌렸다. 드디어 터널에서 나왔다. 

 

 제노는 터널과 멀어지자 소리가 안 나게 천천히 운전을 했다. 재민과 동혁, 인준의 얼굴과 손에는 피가 튀겨있었다. 제노는 10분만 가면 센터가 나온다고 했다. 재민은 터널에서 나오고서야 지성이 괜찮은지 살폈다. 차 밖에 나간 적도 없는 지성을 차 밖에 나가서 방금 좀비가 팔을 잡아당겨서 물릴 뻔한 재민이 걱정했다. 지성은 좀비가 끌어당긴 재민의 팔을 살피느라 정신이 없었다. 재민은 지성에게 폰 주기 싫으면 안 줘도 됐는데 왜 줬냐고 물었다. 안 줄 수가 없잖아요, 괜찮아요. 지성은 애써 웃으며 그랬다.

 

 인준은 무전으로 상황을 전부 보고했고, 10분 정도 지나자 제노 말대로 센터에 도착했다. 

 

-

 

 제노와 동혁, 인준은 차에서 내려서 뒤 좌석에 있는 총들과 장비들을 모두 다른 사람들에게 주었다, 재민의 총과 안전 장비들도. 센터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재민과 지성은 아직 차에 타고 있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누군가가 총을 든 두 사람을 데리고 센터에 온 제노와 동혁, 인준에게 다가왔다. 아마도 높은 사람인지 셋은 고개 숙여 인사했다. 상황 보고 하는 제노의 말을 들어보니 이 센터의 총사령관인 듯했다. 동혁은 어째 총사령관을 보는 눈빛에서 원망이 느껴졌다. 지원군을 보내주지 않아서 고작 5명이 좀비들을 진압하게 만든 것이 화가 난 모양이었다.  

 

  “사태가 더 심각해진 다른 지역은 지금 어떻게 됐습니까.”

 

  “잘 해결했다. 그런데 네 눈빛은 그걸 바라는 눈빛이 아닌데?”

 

 동혁은 더 할 말이 있는 듯 했지만, 하지 못했다. 총사령관은 동혁 뒤에 앉아있는 재민과 지성을 보고 저 애들은 누구냐고 물었다. 제노가 상황을 알아보다가 터널에 숨어있던 사람들이라서 데려왔다고 했다. 총사령관이 피가 묻은 재민을 의심하자 동혁은 자신과 인준과 함께 좀비에게 총을 쏴서 그렇다고 했다. 어떻게 총을 잘 다루지 못하는 사람에게 멋대로 총을 쏘게 해! 총사령관은 고함을 쳤다.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목숨을 바쳐 좀비와 싸운 재민에게 할 말은 아니었다. 그리고 총사령관은 말했다.

 

  “저 두 명 중 한 명만 센터에 들어갈 수 있게 하겠다.”

 

 그 말을 들은 동혁은 화가 많이 난 듯 한숨을 쉬었고, 인준은 뒤를 돌아 재민과 지성을 쳐다봤다. 제노는 총사령관에게 다시 한 번 생각해달라고 부탁했다. 지성은 잡고 있던 재민의 손을 꽉 잡았고 재민은 그런 지성을 보고 있었다. 동혁은 총사령관에게 말했다.

 

  “모든 생존자는 살 권리가 있다고 하셨잖아요. 근데 어떻게 한 명만 센터에 갈 수 있고 나머지 한 명은 다시 버리라고 하시는 겁니까.”

 

  “센터에 저 둘만 있는 줄 알아? 한 팀당, 생존자 한 명만 데려올 수 있는 거 몰라? 빨리 결정해라. 곧 센터 문을 닫아야 한다.”

 

 그리고 총사령관은 걸음을 옮겨 센터로 들어갔다. 동혁은 화가 나서 옆에 쌓여있는 박스들을 발로 찼다. 인준은 자리에 그대로 서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제노는 괜히 손에 있는 차키만 만지작거렸다. 재민과 지성 중 한 명은 좀비들에게 들키기 쉬운 센터 밖으로 나가야만 했다. 지성은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 주위를 살피던 재민이 재민과 지성이 처음부터 가지고 다니던 가방 두 개를 모두 지성에게 안겨주며 말했다.

 

  “지성아, 저 세 명이랑 꼭 같이 있어야 돼.”

 

  “네? 형. 형, 진짜 아니잖아요. 형은요?”

 

 재민은 대답 대신 웃으며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제노와 동혁 그리고 인준에게 “잘 챙겨줘.” 라고 했다. 셋은 재민을 말릴 수 없었다, 그저 땅만 보고 한숨을 쉴 뿐이었다. 지성은 다급하게 내려서 재민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말을 더듬으며 재민에게 간절하게 말했다. 형 이건 아니지. 아, 진짜... 형 이건 진짜 아니잖아요. 형, 가지 마요. 같이 있겠다고 했잖아, 동혁은 그걸 보고 머리가 아픈 듯 이마를 감쌌다. 지성은 재민의 어깨를 잡고 눈물까지 흘리며 말했다. 형 제발요, 재민은 지성을 안고 울지 말라고 했다. 

 

  “울지 마, 지성아. 울지 마. 미안해, 미안해.”

 

  “형, 가지 마요. 형. 가자 마.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가지 마요.”

 

 나재민 제발 가지 마. 지성은 재민을 끌어안고 그랬다. 뭐가 미안한지 서로 계속 미안하다고 했다. 재민은 지성을 토닥이면서 지성 뒤에 서있는 인준과 제노에게 눈으로 무엇을 말하는 거 같았다. 지성이를 잡아달라는 것이었다. 둘은 고민하다가 지성의 어깨를 잡아 재민과 떼어냈다. 지성은 인준과 제노에게 잠시만요, 진짜 잠시만요. 놔주세요. 제발요, 지성은 오열하며 애원했다. 재민은 동혁에게 센터 나가는 문을 알려달라고 했다. 동혁은 머리가 복잡한 듯 머리를 여러 번 긁적이더니 자신이 안내해주겠다고 재민의 앞장을 섰다. 재민은 미련이 생기기 전에 어서 센터를 나가는 문으로 향했다. 뒤도 돌아보지 못하는 재민의 뒷모습을 향해 인준과 제노에게 잡혀있는 지성은 소리를 치며 그 형의 이름을 불렀다.

 

 센터에 나가는 문 앞까지 재민을 데려다 준 동혁은 재민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재민은 네가 왜 미안해하냐고 했다. 긴 말을 할 시간이 없었다. 센터 문을 곧 닫아야 했고 지성을 위해 재민이 센터를 나가야 했다. 재민은 지성이 좀 자주 봐달라고 부탁하고 센터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센터 문이 닫혔다.

 

 

 

 센터 밖으로 나가 끝없이 걷는 재민의 뒷모습을 보던 동혁은 더 이상 재민이 보이지 않자, 욕을 하고 뒤를 돌아 센터로 걸어갔다. 이 뭣같은 센터 때문에 생존자가 제 발로 센터 밖을 나간 것 때문에 욕을 한 것이었다. 

 

 센터로 들어가려던 동혁을 무전의 어떤 목소리가 불러 세웠고 무전을 들은 동혁이 달려가 센터의 문을 열렸다. 그리고 차 한 대가 들어왔고, 마크와 천러 그리고 나재민이 내렸다.

 

-

 

  “형, 제발 재민이 형 다시 오게 해주세요. 재민이 형 죽으면 어떻게 해요. 형 제발요.”

 

 인준의 팔을 잡고 주저앉아서 지성이 그랬다. 인준은 주저앉은 지성이 앞에 앉아서 지성이 눈물을 멈추길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이미 재민은 센터 밖으로 나갔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몇 십 분이 지났다. 제노는 인준에게 이제 센터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인준은 울고 있는 지성에게 일단 센터로 들어가자고 자신이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하며 지성을 일으켰다. 말도 안 되는 약속이었다. 몸에 힘없이 일어난 지성은 인준과 제노의 부축을 받고 센터 안으로 들어갔다. 센터 안에 들어가자 아까 봤던 총사령관과 뒤에 얼굴 안 보이는 3명이 보였다. 지성은 총사령관이 보이자마자 부축해주던 두 사람을 뿌리치고 총사령관의 옷을 잡고 말했다.

 

  제발 저희 형 좀 살려주세요. 저 그 형 없으면 안 돼요. 제발요. 지금 얼마 못 갔을 거예요. 제발 재민이 형 찾아주세요. 그 형 이름 나재민이고요. 좀비 아니고요. 제발요. 그 형 없이 저 못 살아요. 제가 뭐든 할게요, 제발 부탁 드려요.

 

-

 

 총사령관은 한숨을 쉬며 지성의 손을 뿌리치고 자신 뒤에 서있는 동혁과 마크, 천러 그리고 화장실에서 얼굴을 닦으며 나오는 재민이 보이게 자리를 나왔다. 눈물로 범벅이 된 지성의 얼굴을 보고 재민은 눈이 커지며 지성에게 달려갔다.

 

  “지성아, 얼굴이 이게 뭐야.”

 

  “형, 형 안 다쳤어요? 형 진짜 나재민 맞아요? 형.”

 

 그럼 당연히 형이지, 지성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사람이 정말 나재민인지 확인했다. 팔을 만져보고 볼도 쓰다듬어보고 재민의 목소리도 들어봤다. 정말 나재민이다. 인준은 동혁에게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다. 

 센터 밖으로 나가서 도로를 걷는 재민을 센터로 들어가는 마크와 천러가 발견했다. 천러와 마크는 재민에게 센터에서 일어난 이야기들을 전부 들었다. 그리고 재민은 동혁과 인준, 제노가 발견한 지성과 재민 중 한 명이 아닌, 마크와 천러가 발견한 딱 한 명의 생존자로 데리고 와서 총사령관은 이를 받아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성은 그 말을 듣고 재민을 껴안고 엉엉 울었다. 재민은 지성을 안고 쓰다듬으며 지성이 눈물을 멈출 때까지 놓지 않았다. 

 

  나 왜 두고 갔어요. 나 진짜 형 없으면 안 돼요. 이제 가지 마요. 

  형. 사랑해요. 사랑해, 형. 나재민 사랑해.

 

  형이 두고 가서 미안해. 형도 너 없으면 안 돼. 울지 마, 지성아. 

  사랑해. 지성아. 사랑해. 정말 사랑해.

 

-

 

  “이 센터에 있는 사람들은 내일 저녁에 좀비가 없는 곳으로 비행기를 타고 이동해. 그러니까 그때까지 여기서 편하게 쉬어.”

 

 제노는 두 사람이 쉴 수 있도록 방을 안내해주고 필요할 만한 용품들을 전부 주며 말했다. 아까 다 닦지 못한 재민의 얼굴에 피를 닦아주던 지성은 자신을 두고 센터 밖으로 나가던 재민을 떠올렸다. 재민은 슬픈 생각을 하는 지성을 알아차리고 지성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지성은 재민의 얼굴을 보고 슬프게 웃었다. 

 

  이제 제발, 더 이상 형이랑 떨어지기 싫어요.

  이제 나 두고 가지 마요, 형.

 

 재민은 지성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지성은 이 상황에서 뽀뽀가 하고 싶냐 말했다. 재민은 장난스럽게 “이런 상황에 안 하면 언제 하겠어.” 라고 했다. 지성은 재민이 입을 맞춘 자신의 이마를 만지작거렸다. 

 

  “지성아, 진짜 사랑해.”

 

  “... 저도요.”

 

 나재민과 박지성은 그 상황에서 서로에게 사랑 고백을 했다. 그 상황에 안 하면 언제 하겠어.

​/ 루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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