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사연 이렇게 보내면 올라가나요?
武裝
꽤 늦은 밤 침대에서 뒹굴뒹굴하던 지성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이걸 보내? 말아? 긴 손가락이 작은 화면에서 머뭇거렸다. 이미 다 적은 내용을 몇 번이고 다시 확인하면서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먹어도 쉽사리 보낼 수 없는 문자는 보내지지 않고 멈춰있기를 몇 분 째였다. 이제 질질 끄는 것도 한계가 있다. 지성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지성의 손에서 떠나간 문자는 이제 회수하지 못했다. 그저 조용히 넘어가든 눈에 띄어서 관심을 끌든 욕을 대차게 먹든 모든 결과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사실 욕은 안 먹길 바랐다. 지성의 마음은 설탕으로 만든 유리 같으니. 아니야, 수많은 문자들 중에 뽑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인데 그깟 욕 쯤이야. 아니, 아니 그래도 무서운데. 지성은 휴대폰을 제 머리맡에 놔두고선 두 손을 제 심장에 대고 눈을 감았다. 꽂고 있는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에만 집중했다. 신청 곡이 나왔다가 다른 사연을 얘기하고 광고 시간을 갖기를 두어 번 정도 반복했을 무렵 디제이가 오늘의 마지막을 얘기했다.
'벌써 마지막 사연이네요. 오늘같이 선선한 밤을 마무리 짓는 이야기는-'
'Js25님이 보내주신 사연이네요, 와 흥미로운데요? 시작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깍. 하고 비명을 삼켰다.
지성은 그날 밤을 샜다. 역시나 청취자들은 믿지 못하는 반응이 줄을 섰다. 관심받고 싶어서 도를 넘었다는 둥 소설을 쓴다는 둥 온통 지성의 사연을 물어뜯었다. 그나마도 디제이가 신비로운 이야기라며 좋게 넘어갔지만, 지성은 억울해서 잠을 못 잤다. 진짜, 진짜인데.
*
'저는 맛을 느끼지 못해요.'
'많은 사람한테 밝히는 거라 떨리네요.'
지금은 에스퍼와 가이드가 우리 일상에서 분리되어 뉴스로만 접할 수 있지만, 세계 전쟁이 빈번하게 일어났던 꽤 오래 전 새로운 전쟁 무기라며 에스퍼가 등장했을 때 지쳐있던 인류는 환호를 질렀다. 이제 인간인 자신들은 이 전쟁에 참여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기뻐했지만 먼 훗날 에스퍼의 등장은 교과서에서 인류 최악의 비극 중 하나로 기록됐다. 신의 가호라도 받은 듯이 극소수의 평범한 인간이 맨몸으로 비행을 하거나 불을 뿜기도 하고 파도를 만들기도 혹은 사람의 감정을 읽기도 했다. 위기에서 생긴 능력은 이기심을 도출했다. 있는 자들에게 찾아온 능력은 더욱 더 막강한 권력을 쥐게 했고 없는 자들에게 찾아온 능력은 반란을 실현하게 했다.
갑작스러운 변화는 곧 재앙을 불렀고 그 전의 전쟁보다 몇십, 몇백 배를 달하는 피해를 낳았다. 결국 그 모든 걸 멈춘 건 에스퍼의 폭주였다. 온몸이 고장난 듯이 극도로 춥거나 극도로 덥기도 하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극에 달하는 고통을 느끼다가 펑 터져 죽었다. 에스퍼의 죽음을 목격하고 그 누구보다 충격을 받은 건 같은 에스퍼였고 언제 올지 모르는 폭주에 불안해하며 서서히 능력 사용을 줄이면서 자신을 안정시켜줄 곳을 찾았다. 결국에는 정부였다.
불행의 시작이었던 전쟁을 일으킨 정부에 간 건 에스퍼가 멍청해서도 아니고 똑똑해서도 아니었다. 많은 사람 속 자신만이 가진 능력에 한순간 영웅이 되고 악당이 되어 우쭐거렸지만, 능력의 끝을 본 이후의 시간은 불안과 공포에 휩싸여 대부분 일상생활조차 하지 못했다. 제 발로 찾아간 정부는 에스퍼들에게 인체 실험을 가했고 능력의 근원을 찾으며 에스퍼를 다룰 방법을 고안했다. 정부는 각 에스퍼들을 방에 가두고 전쟁 포로로 잡혀 온 사람들을 한 명씩 에스퍼와 같은 방에 가두어 지켜보다 산으로 쌓여가는 시체를 처리하는 것도 지칠 때쯤 접촉으로 에스퍼를 진정시킬 수 있는 사람을 발견하고 일 년이 채 되지 않아 가이드라는 에스퍼의 안식이 생겼다.
전쟁이라는 것에 포커스가 맞춰져 에스퍼와 가이드의 인권은 바닥을 기었다. 날마다 전투의 중심에 있다가 폭주 직전까지 사력을 다하고 온 에스퍼를 감당하는 건 오로지 방 안에서 웅크리고 있던 가이드 뿐이었고 신체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모든 방면에서 에스퍼와 가이드가 갈려 나갔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전쟁이 끝났을 때 대부분의 에스퍼와 가이드는 해리성 기억 상실 판정을 받았다. 환절기에 기침하는 사람이 많은 것처럼. 외상은 말할 필요가 없었다. 가이드가 있더라도 절단된 신체 같은 건 손 쓸 수 없었고 그 시절의 의학 기술로도 불가능했다.
전쟁이 끝난 세상에서 얼마 되지 않는 에스퍼와 가이드는 치료에 전념했다. 일상생활과 훈련이 가능해질 때부턴 병원을 벗어나 정부에서 지은 센터로 가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세부적으로 능력 검사를 받았다. 정신과 몸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시간 동안 국가의 감시를 받으며 살아야 하는 것이 끔찍하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자신의 능력이 일반인들을 다치게 할 수 있단 생각에 이 운명을 거룩함으로 받아들인 그들은 가족들을 등졌다.
전쟁에 대한 걱정이 우리 생활에서 멀어질 때쯤에는 갑작스럽게 능력이 발현되어 날뛰는 센티넬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은 탓에 정말 낮은 확률이지만 잠재된 능력을 지니고 사는 이들을 고르기 위해 만 16세를 넘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에스퍼와 가이드 검사를 필수로 받게 했다. 차곡차곡 모인 자료에서는 미세한 차이지만 에스퍼와 가이드 사이에 태어난 자녀는 에스퍼나 가이드가 될 확률이 일반인들보다 높았다. 그다음으로는 에스퍼와 일반인, 가이드와 일반인, 일반인과 일반인 사이에 태어난 자녀가 이었다.
지성의 아버지인 박준헌은 S급 에스퍼였다. 센터 로비에 이름이 새겨질 만큼 에스퍼와 가이드의 인권을 높이는 것에 큰 공을 세우고 은퇴를 하여 지금은 에스퍼 재활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는데 그는 다른 에스퍼들처럼 가이드와 결혼하는 것이 아닌 일반인과 결혼 했다. 준헌이 일반인과 결혼한 이유는 아내를 너무나도 사랑했던 것도 있지만 자식이 에스퍼나 가이드가 되어 자신이 겪었던 고통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는데 그 사이에서 태어난 지성은 미각상실을 가지게 된다.
지성이 태어났을 때부터 맛을 느끼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키가 어른들의 허리를 넘기를 시작할 때부터 미각이 점점 흐려졌다. 평소 좋아하던 아이스크림에서 맛이 안 나는 것이 지성의 기억 속 첫 미각상실이었다. 희미해지는 맛에 대한 의심은 반복할수록 확신이 섰고 어린 나이에도 느낄 수 있는 심각함에 한참을 망설이다가 어머니께 털어놓았을 때부터 온갖 병원이란 병원은 다 찾아다녔다. 아버지가 전 국민이 알아줄 만한 에스퍼라 큰 병원은 가지도 못하고 시골 촌에 있는 작은 병원들을 찾아다녔는데 다들 돌팔이는 아닌 건지 한 입인 마냥 미각상실이 걸릴 정도의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했다. 지성의 어머니인 현숙은 생각했다. 내가 에스퍼를 낳았구나. 권력에 눈이 먼 자야 기쁨에 찼겠지만, 현숙은 준헌이 얼마나 힘든 날들을 견뎌온 지를 알아서 한숨만 절로 나왔다.
대부분 등급이 높은 에스퍼들은 많은 부작용을 가지고 산다. 힘이라는 게 한쪽으로 치우치고 강해질수록 다른 감각을 잃기 십상이었다. 그중에서 준헌은 미각을 상실했는데 지성이 그대로 받아 가졌을 것이라 현숙은 확신했다. 에스퍼 검사를 하기에는 당시 지성의 나이가 너무 어렸고 지성이 태어나기 전 준헌과 현숙이 결혼했을 때부터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고 내리기를 지겹도록 겪었으니 열 살도 안 된 제 아들이 에스퍼의 부작용을 가졌다는 것이 세상에 알려지면 집안에 좋을 것이 하나 없을 현실과 아들에게 벌써 에스퍼라는 명칭을 붙이기 싫어 현숙은 지성의 입가에 검지를 갖다 댔다. 다른 사람한테 들키면 안 돼. 어른 사정 하나 모르는 어린 지성은 엄마 말 안 들어서 좋을 건 없는 건 알아서. 엄마가 안 된다니까 안 되는구나 하고 끄덕였다.
몇 년 뒤 지성의 열여덟 생일이 지나고 나서 받은 검사는 병원 로비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현숙을 놀라게 했다. 기뻐해야 하는 상황인 건지 슬퍼해야 하는 상황인 건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복잡했다. 지성은 에스퍼가 아니었고 그렇다고 가이드도 아니었다. 그럼 미각상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집으로 돌아와 지성의 소식을 전하는 현숙에게 준헌은 차라리 다행이라며 손에 있는 땀을 닦았지만 지성에게 물려준 자신의 병에 죄책감이 드는 건 현숙도, 준헌도 없앨 수 없었다.
'대충 어릴 때 먹어본 맛은 아는 맛이라 느껴지지 않아도 이런 맛이었겠지- 하고 생각하는데 요즘은 대부분이 모르는 맛이라 친구들끼리 먹을 때는 눈치를 좀 보거나 미리 조사해서 아는 척을 해요. 척.'
지성의 학교생활은 내내 눈치와 눈치와 눈치로 구성된다. 매일 집을 와서 다음날 급식에 무슨 음식이 나오는지 체크하고 약속이 있는 전 날에는 친구들과 내일 먹기로 한 음식또한 체크했다. 생전 처음 보는 메뉴가 있으면 인터넷에 메뉴 이름을 치고 리뷰나 후기같은 걸 엄청 본다. 마라탕? 원래 나는 매운 걸 못 먹는데 좋아하는 편이라고 말했었으니 쓰읍- 하. 를 하면서 먹으면 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도저히 아는 척할 수 없는 맛인 것 같고 정 불안하다 싶을 땐 그냥 입맛이 없다며 적당히 깨작대면 되지만 깨작거리는 것은 같이 먹는 사람들에게 예의가 아니기 때문에 그건 손에 꼽을 정도로 가끔 쓰는 방법이었다.
워낙 에스퍼와 가이드가 귀해서 어떤 식으로든 관심이 많고 소문이 잘 났다. 초등학생 때는 한 번도 대화해본 적 없는 반친구가 집 평수와 부모님의 소득을 물어봤고 중학생일 때는 에스퍼의 자식인 지성이 에스퍼가 되고 안 되고에 적은 돈까지 걸었었다. 고등학생인 지금은 굳이 결과를 밝히지 않아도 됐다. 만약 에스퍼나 가이드였다면 학교를 나오지 않고 모든 연락을 끊은 채 센터로 갔을 테니 멀쩡히 등교하는 걸로 일반인을 증명하는 꼴이 된다.
에스퍼와 가이드. 보통의 사람들보다 지성에게는 훨씬 가까운 것이지만 지성은 관심이 손톱만큼도 없었다. 에스퍼나 가이드가 있는 집안은 대부분 권력에 눈이 멀어 자식이 어떻게든 에스퍼나 가이드가 되기를 바라고 가끔 가다가는 터무니없는 약이나 치료를 하며 발현하기를 바라기도 하는데 지성의 유년 시절은 그런 것 하나 없이 성장했기 때문에 소문이나 관심에 대해서 스트레스받을 이유도 없었다. 자신의 이름이 붙었지만 남 얘기 같아서 흘려들었다.
평소와 다를 것 없이 지성은 아무 맛도 안 나는 급식을 먹으며 배를 채웠다. 지성이 음식을 먹을 때 유일하게 즐길 수 있는 건 식감과 식사를 함께하며 나누는 친구들과의 대화인데 오늘의 주제는 3반에 전학 온 학생이었다. 걔 머리색 장난 아니던데. 학교에서 봐주는 건가?
"걔 머리색이 어떻길래..."
"네가 지금 젓가락으로 집고 있는 복숭아."
"복숭아?"
"복숭아 껍질 색 같아."
핑크색이라고 말하면 되는 거 아냐? 지성이 웃으며 사각으로 썰린 복숭아 하나를 입에 넣었다. 단순히 핑크색이라고 하기에는 태어났을 때부터 그런 색깔이었던 거 같다니까. 복숭아는 생기고 나서 없어질 때까지 핑크색이잖아. 지성은 친구의 말에 갸우뚱거렸다. 복숭아도 멍들면 색이 바뀌지 않나? 조그마한 생각이 입 밖으로 나오기 전 큰 소리가 들려와서 지성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 주인공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들에게 집중되는 건 지성뿐만이 아닌 건지 떠들썩하던 공간은 한순간에 얼어붙었다.
"주성아, 재미있어?"
"씨발... 세탁비 내놔라."
"널 고소하면 받을 세탁비의 이 백 배 정도는 나한테 줘야 할 텐데."
오늘 나온 급식 전부를 뒤집어쓴 주성이 맞은편에서 아무리 소리를 치고 위협을 가해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국물이 뚝뚝 떨어지는 급식 판을 놔두고 벗어나는 저 복숭아 머리를 저도 모르게 눈으로 좇다가 분노에 찬 주성의 악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모른척 고개를 돌리고 남은 복숭아를 입에 넣었다. 역시나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5교시는 체육이었다. 신체검사 중 악력을 재는 날이라 당일 체육수업이 있는 반과 함께했다. 강당에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복숭아 껍질 색에 2반과 함께 한다는 걸 안 지성은 스스로가 어이없었다. 작년에 같은 반 했던 애들이 있는데도 말 한 번 안 해본 전학생을 보고 알아차렸다는 게. 지성은 친구들과의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고 눈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복숭아 머리를 쳐다봤다. 그것도 스스로가 쳐다보고 있었다는 걸 몰랐다가 복숭아 머리와 눈이 마주치고 나서야 얼굴이 화끈해져 급히 고개를 숙였다. 언제부터 쳐다보고 있던 거야.
"쟤 이름이 뭐라고 했지...?"
"쟤 누구?"
"아 있잖아... 네가 복숭아 껍질 색 같다고 했던."
"재민이야."
지성과 친구들의 대화를 언제부터 들은 건지 다가와 자신을 가리키며 친히 이름을 알려주는 재민에 지성은 깜짝 놀라 딸꾹질을 했다. 재민을 가까이서 제대로 보니 머리색으로만 유명한 게 아니었다. 연예인을 보면 이런 기분일까? 정말 태어났을 때부터 연분홍 머리카락 색이었던 것 마냥 위화감 없이 머리색만큼 화려한 얼굴에 삐걱거렸다.
"어, 응. 미안... 안녕."
"응 안녕."
보는 사람이 더 민망한 정적이 흐르는 중에 재민이 체육 선생님의 호출로 불려 나갔다. 재민의 모습이 작아질 때쯤 지성은 정신을 차렸다. 첫 대화부터 무례하고 바보 같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불과 한 시간 전 처음 본 재민의 모습과 완전히 딴판이었다. 옅게 웃으면서 인사를 받아주는 재민의 얼굴이 체육 시간 내내 아른거렸다. 2반에서 악력이 제일 높게 나온 건 재민이었고 4반에서 악력이 제일 높게 나온 건 지성이었다. 아이들은 아무리 일반인이라 해도 에스퍼의 핏줄은 다르다며 수군거렸지만, 지성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그러다가 최근에 관심이 가는 친구가 생겼어요.’
‘맛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연인데 왜 갑자기 이렇게 흘러가냐고요? 끝까지 읽어주세요.’
그 이후로 지성은 재민과 마주칠 일이 별로 없었다. ‘다른 반인 이유도 있지만 멀찍이서 그 친구를 지켜보다가 눈이라도 마주치면 저도 모르게 도망가버렸어요.’ 대화를 할 수가 없었다. 지성은 이런 자신이 재민에게 음침하고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는 걸 알지만 이미 한 번 도망간 걸음을 멈출 순 없었다.
이러한 행동들이 재민에게 거대한 무례고 실례인 걸 도망칠 때마다 느끼지만 지성은 난생처음 겪고 있는 감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보기만 해도 심장이 평소보다 빨리 뛰는데 꼭 어릴 때 제일 좋아하던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해 간식 시간을 기다리는 기분과 비슷했어요.’ 그렇다고 사람을 아이스크림과 동일하게 볼 수 없다고. 그만큼 오랜만에 느껴보는 두근거림에 지성은 자꾸 재민을 쳐다보고 생각하고 곱씹게 됐다.
그러다 일이 터졌다. 창가 자리에서 수업을 멍하니 듣다 햇볕이 너무 따뜻해서 고개를 돌렸는데 재민이 흰 티와 체육복 바지를 입고 운동장을 뛰고 있었다. 몇 바퀴를 돈 건지도 모를 정도로 쉼 없이 한참을 돌다가 멈춰선 재민은 지성을 쳐다봤다. 헙. 너무 놀라서 또 딸꾹질이 나오려던 걸 큰 손으로 입을 막아 삼켰다. 어떻게 알았지? 울렁거리는 마음을 어찌하지 못한 채 멈춰있는데 이름이 불렸다. 박지성 뒤로 나가. 반 아이들이 저를 보며 웃음을 참기 바빴지만, 지성은 그들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재민이 외계인은 아닐까 심각하게 생각하기 바빴다.
‘어느 날 그 친구가 반에 찾아와서 저를 불렀어요. 학교 끝나고 시간 되냐 물어보는데 제가 너무 불편하게 했으니까... 좋은 뜻으로 만나자는 건 무조건 아니겠다고 생각했어요. 늦었지만 오늘이라도 사과를 하고 싶기도 하고... 근데 그 친구랑 대화하면 제 심장이 터질지도 몰라서 고민했는데 할 필요가 없었어요. 그 친구가 교문 앞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늦게 마쳤네?"
"아 응..."
차마 계단을 내려오다가 교문 앞에 서 있는 재민을 보고 심호흡을 10분 동안 했다고 말을 할 수 없어서 지성은 멋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후 재민을 따라가는 동안 어느 대화도 없었다. 카페에 도착해 재민이 먼저 음료를 시키고 지성은 재민이 뭘 시켰는지 몰라서 앞사람 거랑 같은 걸로 해달라 주문했다. 가격을 들으니 프라페에 휘핑 추가한 듯싶었다.
자리에 앉은 지 10분도 되지 않아 진동벨이 울리고 재민이 들고 온 음료는 심각하게 새까맸다. 아이스티인가 싶었지만, 코를 스쳐 지나가는 커피향에 아이스 아메리카노구나 했다. 나랑 똑같은 거 시켰네. 재민은 커피를 마시며 물었다.
"내가 신기해?"
"엉? 아니? 그냥..."
"그러면 나 좋아해?"
"응?"
지성은 자신이 오랫동안 멍을 때려서 대화를 놓친 줄 알았다. 이렇게 바로 치고 들어오는구나. 얼굴이 확 빨개지는 게 실시간으로 느껴졌다. 재민에게 느끼는 감정을 좋아한다고 설명할 수 있나? 지성은 재민에 대해 아는 것이 이름과 학년, 반 뿐이었다. 사실 이런 건 핑계고. 지성은 이런 감정을 처음 느껴본 터라 이건 이거다. 라고 확신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기에는 재민만 보면 온몸이 간지러웠다. 지금도 마찬가지라 지성의 발가락은 신발 안에서 말려 있었다.
"나는... 너에 대해 아는 게 없는데."
"그건 네가 나만 보면 도망 다녀서 그렇지."
"아 그건 정말- 미안해..."
지성이 고개를 푹 숙였다. 재민은 화를 내려온 것이 아니라며 지성과 눈을 마주치기 위해 따라 고개를 숙였고 그제야 얼굴을 번쩍 든 지성에 재민이 가볍게 웃었다. 목이 타 아메리카노를 벌컥벌컥 마신 지성은 얼음을 하나 물고 까드득 씹었다. 흥미롭게 지성을 바라보던 재민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나한테 대한 소문이라던가- 그런 것도 못 들어봤어?"
"머리가 복숭아 껍질 색 같다고... 한 거 말고는 기억이 없는데."
"복숭아 껍질 색 그거 저번에 네가 말하는 거 듣고 웃음 참느라 죽는 줄 알았어."
‘그 친구는 저한테 자신에 대한 것을 천천히 하나하나 설명하듯 말해줬어요.’
‘저는 욕 먹을 준비까지 했는데 말이에요.‘
"나 열아홉이야."
"어? 형이었어??"
"재민이라 불러도 상관 없는데 너한테 형소리 들으니까 좋네?"
"응... 재민이형."
‘저보다 한 살이 더 많았어요.’
‘좀 놀라긴 했는데 사정이 있겠구나 싶었어요.’
‘그 친구는 제가 뭐 그렇게 믿음직스럽다고 속 사정까지 모조리 얘기해줬어요.’
재민은 에스퍼인 어머니와 가이드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했다. 위로는 한 살 차이 나는 형이 있는데 지성이 건너건너로 들었던 어느 에스퍼 집안과 분위기가 비슷해 보였다. 어릴 때부터 이상한 보약 같은 걸 먹고 자랐는데 형도 자신도 어느 순간부터 머리카락 색이 바뀌었다고. 당황스러웠지만 먼저 검사를 받았던 형이 에스퍼로 판정 받았으니 자신도 따라 에스퍼가 될 줄 알았다고 말하는 재민의 모습이 심히 평온해 보였다. 첫 번째 검사를 받고나서 결과를 믿을 수 없었던 부모님이 전문 의사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불러 다시 검사받게끔 해서 안 그래도 약했던 몸이 약해진 탓에 1년을 집에서만 지냈었다고 덤덤하게 털어놓는 재민은 감정이 없어 보이기까지 했다.
"근데 이런 걸 나한테 말해줘도 돼?"
"어디 가서 소문 낼 거야?"
"아니!! 그건... 아니지."
지성은 앞에 있는 아메리카노를 벌컥벌컥 마셨다. 재민의 이야기에 뭐라 반응을 해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제 아버지도 에스퍼니 공감을 해주고 싶은데 서로의 집안 상황이 너무나도 다르고 안타까워하기에는 재민이 너무나도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어떻게 아무렇지 않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였으면... 너무 힘들었을 거 같은데, 어쩔 수 없는 상황이어도 나는 너무 두려웠을 거 같아."
"지성아."
"아 좀 선... 넘었나? 미안해."
"너 나 진짜 기억 안 나는구나."
‘알고 보니 제가 그 친구를 고등학교에서 처음 본 게 아니었더라고요. 큰 행사에서 만났었대요. 그때까지만 해도 기억이 나지 않았는데 그 친구의 얼굴을 살펴보니 기억이 났어요. 미각이 사라지고 얼마 안 됐을 때였는데 그때 같이 먹었던 케이크가 맛있었다고 생각날까요?’
지성은 손뼉을 짝 치고 입을 막으며 놀랐다. 나재민이란 이름이 흔한 것도 아닌데 왜 지금 기억이 났는지. 에스퍼와 가이드의 센터를 확장하면서 열린 행사였다. 센터를 확장하는데 공로를 한 이들을 초대했는데 그중에는 지성의 가족과 재민의 가족이 있었다. 식사 시간에 만난 재민과 지성은 서로가 마음에 들어 가기 전까지 손을 잡고 다녔다. 케이크를 들고 와서도 손을 잡고 있는 채 먹었는데 아쉬운 이별을 하고 돌아오는 길부터 너무 피곤해 잤던 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피곤했던 게 그날의 마지막 기억이었던 건지 당일의 기억을 방금까지 기억하지 못했다.
"형... 그때는 머리카락이 검은색이었잖아."
"응, 다음날부터 변했어."
‘정말 갑자기 생각난 옛이야기를 얘기하고 있는데 그 친구에게 제 비밀을 들켜버렸어요.’
"너 그때 단 거 엄청 좋아한다면서 케이크 하나씩 다 먹었잖아. 커피맛 케이크만 빼고."
"아 그랬었나? 워낙 어릴 때여서 커피를 안 좋아했나 봐."
"지금은? 지금은 쓴 거 잘 먹어?"
"아니, 쓴 건 잘 못 먹는데 그래도 이렇게 아메리카노까지는? 마셔."
‘친구가 시킨 메뉴가 물 없이 에스프레소 4샷에 얼음만 넣은 건 줄 예상이나 했겠어요?’
지성은 이미 반 정도 아메리카노 앞에서 침묵을 지켰어야 했다. 아무 맛을 느끼지 못하더라도 안전한 아이스티를 주문해야 했었다. 재민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지성에게 음료 정체를 실토했으며 지성은 그대로 넉다운했다. 오늘 인생 최초로 누군가에게. 그것도 재민에게 제 비밀이 들킬 줄이야. 어찌 됐건 사이좋게 비밀을 공유하게 된 마당에 지성은 못 할 말이 없었다.
"사실 내가 형이랑 처음 만났을 때, 그때도 맛이 안 느껴졌었거든."
"기억이 꼬인 거 아냐? 너 케이크 진짜 맛있게 먹었었어. 케이크 처음 먹어보는 애처럼."
"아냐, 그날 아침에도 엄마가 조심하라 했는데..."
잊고 살았던 기억을 끄집어내니 하나둘 생각나는 기억에 지성은 머리를 굴렸다. 그때 너무 오랜만에 단맛이 느껴져서 너무 좋았는데. 다른 날과 비교해서 그날 달랐던 건 재민이 있었던 것뿐이었다. 형도 그 다음날 부터 머리색이 바뀐 거 확실해? 재민이 제 앞머리를 만지작거리며 끄덕였다. 오바하는 걸 수도 있지만, 그날이 수상했다. 곰곰히 생각하는 지성을 재민이 불렀다.
"지성아 우리 손 잡아볼래?"
"응? 어? 아니, 갑자기."
"아니 그냥, 그때도 손잡았던 거 같아서."
재민과 눈이 마주쳤다. 대화하는 내내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던 지성은 시선이 얽히자마자 목부터 얼굴까지 열이 오르는 게 느껴졌다. 대화에 집중하느라 재민의 얼굴을 자각하지 못한 거였구나. 지성이 자신을 보며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을 진작에 알고 있던 재민은 짧게 미소를 짓더니 눈을 계속해서 마주친 상태로 지성의 손을 잡았다.
‘카페에서 어쩌다가 손을 잡게 됐어요.’
‘손에 땀이 너무 나서 민망했는데 그 친구는 저보고 손이 크다면서... 절대 안 놔주더라고요.’
‘한 10분쯤 잡고 있었나? 목이 너무 타서 이미 들킨 거 그냥 그 음료수를 막 마셨는데’
‘진짜 너무 써서 기침이 나왔어요. 썼다고요. 10년 만에 맛이 느껴졌어요.’
지성이 당황했다. 두 눈을 번쩍 뜰 정도로 쓴맛에 인상이 찌푸려졌다. 왜, 왜 맛이 느껴지지? 깜짝 놀라서 그런건지 너무 쓴맛에 적응이 안 되는 건지 딸꾹질이 절로 나왔다. 캑캑거리느라 고인 눈물을 한 손으로 닦으니 눈앞에 있던 재민도 놀란 건지 얼어붙어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냐며 물어볼 찰나였다.
"형... 머리카락 색이."
"응? 내 머리카락 색이 왜."
지성은 책가방을 어깨에 걸치고 재민을 끌고 카페에서 나와 사람이 없는 곳으로 무작정 달렸다. 어딜 가나 사람이 있어서 한참을 뛰다가 멈춘 곳은 낡은 아파트 놀이터였다. 재민이 숨을 크게 들이쉬며 대체 왜 뛰었냐고 물었다.
"형 머리카락 색이, 검은. 검은 색으로 돌아오고 있어."
지성의 말을 들은 재민이 다급하게 휴대폰을 켜 카메라로 이리저리 자신의 모습을 살폈다. 브릿지처럼 부분이 까맣게 변하고 있었다. 염색을 아무리 해도 다음날이면 다시 돌아오던 머리카락이 지성과 손을 잡으니 느리지만 돌아오고 있었다. 더 큰 확신이 필요했던 재민은 놀이터 그네에 앉은 지 5분도 되지 않았는데 지성의 손을 잠시 놓고 단지 안 편의점으로 뛰어가서 아이스크림과 케이크를 종류별로 하나씩 사 온 건지 한가득을 들고 돌아왔다.
"지성아 먹어봐."
"왜...?"
"카페에서 쓴맛을 느꼈잖아. 단 것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재민이 지성의 손을 잡았다. 지성은 심호흡을 하고 아이스크림 하나를 꺼내 입에 물었다. 미미했지만 초코 맛이 났다. 기억 속에서 잊지 않으려고 했던 초코 맛이 났다. 너무 좋아했던 맛을 약 십 년 만에 느껴본 지성은 저도 모르게 울먹였다.
의식하지 않은 채 눈물을 머금고 안은 재민의 품은 따뜻했고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떨어지고 나서 본 재민은 완벽히 검은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다. 그 사이에 반쯤 녹은 아이스크림은 더 달아졌다. 재민도 지성도 서로의 관계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건지 헤어지며 내일 병원에서 보자는 소리를 했다.
지성은 집에서 먹는 저녁이 이렇게 맛있는 줄 몰랐다. 밥을 세 그릇씩 먹는 지성에 현숙은 준헌에게 연락했고 내일이 금요일이었지만 학교를 쉬게 했다. 재민의 집에서도 아들이 검은 머리를 하고 온 것을 보고 당장 내일 오전으로 병원 진료를 예약했다.
‘저는 기적이라고 생각해요.’
‘그 친구와 스킨십을 하면 맛이 느껴진다는 게 꼭 동화 같지 않아요?’
병원에 먼저 도착해있던 지성이 재민을 기다렸다. 먼저 검사를 받아보자는 현숙과 준헌의 말을 듣지 않고 재민이 올 때까지 손에 땀을 닦아가며 대기했다. 곧 재민이 부모님과 함께 도착하고 진료실을 들어가 다시는 받을 생각도 못했던 에스퍼 가이드 검사를 진행했다.
‘그래서 그 친구랑 어떻게 됐냐구요?’
재민은 에스퍼 판정을 받았고 지성은 가이드 판정을 받았다. 둘이 워낙 어렸을 때부터 발현이 된거라 그 에너지가 너무 희미했던 탓에 아무리 검사를 해도 뜨지 않았던 것인데 운이 좋게도 상성이 맞는 서로가 만나면서 에너지가 정상적인 에스퍼와 가이드로 돌아왔다고 의사는 설명했다. 특이하게 재민은 지성과 만난 이후로 발현이 되어 폭주까지 한 상태였는데 그것도 너무 어린 몸에서 일어난 거라 겉으로 보기에는 가벼운 열병 같았을거라고. 재민은 약 십 년 동안 계속해서 폭주하고 있어서 머리카락 색이 돌아오지 않은 것이었다. 지성은 보통의 가이드들과 반대로 재민을 통해서 에너지를 얻고 몸이 제대로 기능한다 했다. 검사 결과를 듣는 동안에도 재민과 지성은 손을 잡고 있었다. 가이딩의 기분이 이런 건지 편안하고 안정적인 기분에 놓을 수가 없었다.
"내일부터 바로 센터 들어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반평생 뗄 수 없는 사이가 됐어요.’
*
다음날 인준이 가이드 연구실에서 한숨을 쉬고 있었다. 너무나도 판타지 같았던 지성의 사연에 인터넷이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난리가 나 센터장 귀에 들어간 것인데 센터 안에서는 누가 봐도 지성과 재민의 이야기기에 인준은 센터장에게 개까이고 왔다. 애들 교육을 어떻게 했길래 그랬냐며 언성을 얼마나 높이던지 귀가 멍했다. 여기가 학교냐고. 내가 선생이야? 인준의 분노는 지성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사그라들었다.
"... 지성아 네가 왜 불려왔는지는 알지?"
"아아 자유시간이었잖아요..."
"씁."
"잘못했어여."
지성이 양손을 머리 위로 들며 고개를 숙였다. 으구으구. 인준이 지성의 볼을 마구잡이로 늘리며 다시는 그러지 말라 타일렀다. 키만 보면 다 크고도 남은 지성은 센터 아기가이드다. 자신보다 어린 가이드가 없는 것도 있지만 하는 짓이 딱 보면 아기였다. 센터장님도 널 좋아하셔서 이만큼이지. 한 번이라도 더 그러면 얄짤 없는 거 알지. 지성이 팔을 내리며 다시는 그럴 일 없을 거라 웃었다.
"우리 지성이 지금 벌 세운 거예요??"
"지성아 문 멀쩡한가 봐봐."
쾅 소리를 내며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재민은 지성을 살피기 바빴다. 내 소중한 찌송이한테 무슨 짓을 한 겁니까악? 인준이 혀를 찼다. 어우 저 유난. 재민은 방금 훈련을 마치고 왔는지 머리카락이 핑크빛이었다. 수고했다며 안아주는 지성에 재민이 와락 안겼다. 빠르게 검은색으로 바뀌는 재민의 머리카락에 인준이 감탄했다.
"너는 어떻게 머리카락 색이 변해도 벚꽃색이냐..."
"아니거든요 복숭아 껍질색이거든요."
"그건 뭔 비유야... 아냐, 설명하지 마."
재민의 입이 뻐끔거리니 인준이 귀를 막고 도망갔다. 인준이 형, 여기가 형 방인데... 재민과 지성은 손깍지를 끼며 연구실에서 나왔다. 뻘쭘하게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인준에게 웃음을 잔뜩 머금고 인사하니 인준이 헛웃었다. 모든 에스퍼랑 가이드가 너네같이 상성이 잘 맞는 사람을 찾으면 좋겠네. 아침 검사고 저녁 검사고 너네만큼 완벽하게 에너지가 회복된 걸 다른 애들한테서 본 적이 없어.
"아 그건요 저랑 지성이가 맨날-."
"알겠다고 안다고 말하지 말라고 제발."
인준은 저 멀리서 차트를 보며 걸어오는 민형에게 달려가 말을 붙이며 지성과 재민에게서 떨어졌다. 지성은 손가락으로 재민을 꾹꾹 찌르며 볼을 붉혔지만, 재민은 마냥 신났다. 지성아 나 흑발은 별로인가? 재민이 지성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물어봤지만, 지성은 볼이 빨개진 채 이리저리 피하며 대답을 거부했다.
"대답해주면 다음 휴가 때 마라탕 먹어줄게."
"헐 진짜지 형 흑발일 때 웹툰 주인공 같아서 좋아."
"잘생겼다는 거지. 음 오케이."
근데 지성아 왜 사연에 나를 그 친구라 해놨어! 엉? 형 좀 섭섭하다. 그 친구가 뭐니 정 없게.
오늘 밥 만둣국이래. 맛있겠다.
그래 네가 맛있으면 맛있는 거지.




